개발 일정이 밀렸을 때, 나는 코더가 된다

개발 일정이 밀렸을 때, 나는 코더가 된다

개발 일정이 밀렸을 때, 나는 코더가 된다 목요일 오후 4시, 슬랙 알림 "창업님, 이번 주 배포 어려울 것 같습니다." 심장이 멈췄다. 클라이언트한테는 이미 말했다. 이번 주 금요일 배포한다고. 데모 일정도 잡혔다. 월요일 오전 10시. "어느 정도 밀릴 것 같아요?" "최소 3일은요. API 연동에서 예상 못 한 이슈가..." 3일이면 월요일이다. 데모 당일 아침에 배포한다는 소리다. 미친 짓이다. 하지만 연기는 불가능하다. 이 클라이언트가 우리 분기 목표의 40%다. 이게 무산되면 투자 미팅에서 할 말이 없다. "알았어요. 제가 도울게요." 개발팀장 민수가 당황한다. "아니, 창업님이 직접요?" "네. 어차피 전 PM 출신이잖아요." 거짓말이다. 도울 수 있어서가 아니다. 도와야만 해서다.5년 만에 다시 연 IDE 마지막으로 코드 짠 게 언제였나. 네이버 퇴사하기 직전이니까 3년 전쯤? IDE 열었다. VS Code. 익숙하면서도 낯설다. Git 클론 받고 로컬 환경 세팅하는데 30분 걸렸다. 옛날엔 10분이면 했는데. 민수가 브랜치 따주고 태스크 할당해줬다. "이 부분 API 응답값 파싱하는 로직이요. 단순 작업인데 손이 부족해서..." 단순 작업. 고맙다. 그래도 나한테 할 수 있는 걸 준 거다. 오후 6시. 팀원들 퇴근 시작한다. "창업님 먼저 들어가세요." "아니, 나 좀 더 있을게." "그럼 저희도..." "아니야. 너희는 내일 아침 일찍 와. 새벽에 내가 푸시 올려놓을게." 거짓말 반이다. 새벽에 올릴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팀원들까지 야근시킬 순 없다. 월급은 내가 주는데, 야근은 같이 하면 뭔가 미안하다.밤 11시, 디버깅 지옥 에러가 안 잡힌다. API는 200을 뱉는다. 근데 프론트에서 undefined가 뜬다. 뭐가 문제인가. 콘솔 찍어봤다. 네트워크 탭 열어봤다. 데이터는 온다. 근데 파싱이 안 된다. 30분 째 같은 코드만 본다. const data = response.data.results뭐가 문제야. results는 배열이다. 분명히. 그런데. console.log(typeof response.data.results) // undefined아. results가 아니라 result였다. 끝에 s가 없었다. API 문서를 잘못 봤다. 30분을 날렸다. 예전엔 이런 실수 안 했는데. 감이 무뎌졌다. 대표 하면서 코드 안 짜니까, 이제 junior 개발자만도 못하다. 자괴감이 온다. 새벽 2시, 푸시 완료 git push origin feature/api-parsing-fix떨리는 손으로 슬랙에 메시지 남긴다. "민수님, 푸시 올렸습니다. 내일 아침에 확인 부탁드려요." 읽음 표시는 안 뜬다. 당연하다. 자고 있을 시간이다. 사무실을 나선다. 성수역은 텅 비었다. 택시를 탄다. 기사님이 말을 건다. "야근하셨어요?" "네." "요즘 회사들이 왜 이렇게 직원을 갈아요." 대답을 못 했다. 나는 직원이 아니라 대표라서. 그리고 아무도 날 갈지 않았다. 내가 스스로 간 거다.금요일 오후 3시, 배포 완료 "배포 성공했습니다." 민수의 메시지에 안도한다. 클라이언트한테 연락한다. "금요일 배포 완료했습니다. 월요일 데모 문제없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그럼 월요일에 뵙죠." 끊고 나니 허무하다. 내가 짠 코드는 전체의 5%도 안 된다. 그것도 단순 작업이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지쳐있나. 대표가 코딩하는 이유 팀원들은 모른다. 내가 목요일 밤에 코딩한 걸. 민수만 안다. 커밋 로그에 남아있으니까. 그런데 민수는 아무 말 안 한다. 그냥 "확인했습니다" 한 줄만 보냈다. 고맙다. 괜히 부담 주고 싶지 않았다. 대표가 왜 코딩을 하나. 개발팀장이 있는데. 개발자가 4명이나 있는데. 이유는 간단하다. 책임이 내 거니까. 클라이언트한테 약속한 건 나다. 투자자한테 보고할 것도 나다. 직원들 월급 주는 것도 나다. 일정이 밀리면, 손해는 회사가 본다. 그 회사는 내 거다. 그러니까 내가 움직인다. 할 수 있는 게 있으면 한다. 없어도 만든다. 코딩이든, 디자인이든, 영업이든. 잘하지 못해도 코드는 형편없었다. 변수명도 일관성 없고, 주석도 없고, 리팩토링 여지 많고. 민수가 다음날 내 코드 고쳤을 거다. 분명히. 그래도 괜찮다. 내 코드가 좋아서 한 게 아니니까. 일정을 맞추려고 한 거니까. 팀원들한테 "대표도 같이 고생한다"는 걸 보여주려고 한 거니까. PM 출신 대표라서 코딩 할 줄 안다고 자랑하려는 거 아니다.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걸 해야 직성이 풀린다. 안 하고 기다리는 게 더 힘들다. 다음 주 또 밀리면 이번 주도 일정 빡빡하다. 또 밀릴 수도 있다. 그럼 또 코딩할 거다. 새벽에 사무실 나와서, 민수가 준 태스크 할 거다. 팀원들은 또 모를 거다. 그게 더 편하다. 괜히 미안해하니까. 대표가 코딩하면 이상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대표는 비전 제시하고, 투자 받고, 전략 짜는 게 일 아닌가요?" 맞다. 근데 그건 회사가 잘 돌아갈 때 얘기다. 지금은 아니다. 지금은 일정 지키는 게 전략이다. 클라이언트 놓치지 않는 게 비전이다. 그러니까 코딩한다.월요일 데모는 성공했다. 계약 이어진다. 다행이다. 민수한테 커피 쿠폰 보냈다. 고맙다고. 그는 "?" 만 보냈다. 괜찮다. 알 필요 없다.

성수동 공유오피스, 월세 180만원의 무게

성수동 공유오피스, 월세 180만원의 무게

성수동 공유오피스, 월세 180만원의 무게 매달 25일이 되면 통장을 본다. 공유오피스 월세 180만원이 빠져나간다. 자동이체라서 신경 안 써도 되는데, 매달 확인한다. 그게 습관이 됐다. 1년 전, 큰 결심 작년 이맘때 여기로 옮겼다. 그전엔 5명이 카페에서 일했다. 노트북 들고 다니면서, 자리 눈치 보면서. "이제 제대로 된 사무실이 필요해." 투자 받고 나서 팀원들 모아놓고 말했다. "다음 달부터 성수동 오피스로 출근한다." 다들 좋아했다. 나도 뿌듯했다.계약할 때 1년치 계산했다. 180만원 × 12개월 = 2,160만원. "이 정도는 괜찮아. 투자금 3억 있으니까." 그때는 그렇게 생각했다. 성수동이라서 비싼 건 알았다. 근처 스타트업들 많고, 카페 많고, VC들 자주 온다. "투자자 미팅하기 좋아. 여기서." 그것도 이유였다. 8개월 후, 숫자들 지금 런웨이 8개월 남았다. 월 고정비 계산하면 이렇다.오피스 월세: 180만원 직원 급여: 2,400만원 (8명) 서버/클라우드: 120만원 각종 SaaS 구독: 80만원 기타: 120만원합계: 2,900만원. 월 매출은 1,200만원. 매달 1,700만원씩 까먹는다. 3억 ÷ 1,700만원 = 17.6개월이었는데. 지금 8개월 남았다.오피스 월세가 전체 고정비의 6.2%. "6프로면 괜찮은 거 아냐?" 누가 물어보면 그렇게 답한다. 근데 심리적으론 다르다. 직원 급여는 당연히 줘야 하는 거고. 서버비는 서비스 돌아가려면 필요하고. 근데 오피스는... 줄일 수 있는 거잖아. 매달 25일마다 그 생각이 든다. "이 180만원이면..."마케팅비로 쓸 수 있고 개발자 한 명 더 뽑을 수 있고 런웨이 일주일 더 늘릴 수 있다.더 큰 곳으로 못 가는 이유 팀원 8명이면 지금 사무실이 좁다. 회의실 하나에 책상 8개. 점심시간에 다 같이 있으면 답답하다. 개발팀이 "집중하기 좀 빡빡해요" 한다. 영업팀은 "전화하기 눈치 보여요" 한다. 알아. 다 맞는 말이다. 근처에 더 큰 오피스 알아봤다. 30평짜리, 월 300만원. 회의실 2개, 휴게공간 따로. 팀원들한테 훨씬 좋은 환경이다. 근데 못 옮긴다. 지금 180만원도 부담인데. 월 120만원 더 쓴다? 런웨이 계산하면 6개월로 줄어든다.예전에 성공한 선배 창업가가 그랬다. "팀원들 환경은 투자야. 아끼지 마." 맞는 말이다. 백 번 맞다. 근데 우리 상황은 다르다. 그 선배는 시리즈A 50억 받았다. 우린 시드 3억에 런웨이 8개월이다. 팀원들한테 미안하다. 더 좋은 환경 만들어주고 싶다. 근데 지금은... 버티는 게 먼저다. 줄일 수도 없는 이유 "그럼 더 작은 데로 옮기면 되잖아?" 맞다. 논리적으론 그게 답이다. 10평짜리 월 100만원 오피스 있다. 월 80만원 아낀다. 런웨이 반 달 늘어난다. 근데 이것도 못 한다. 이유는 몇 가지다. 첫째, 계약 위약금. 1년 계약인데 아직 4개월 남았다. 중도 해지하면 2개월치 물어내야 한다. 360만원. 그냥 버티는 게 싸다. 둘째, 이사 비용. 생각보다 돈 든다. 짐 정리하고, 이삿짐 업체 부르고, 인터넷 재설치하고. 최소 200만원은 든다. 셋째, 팀 분위기. 이미 한 번 "좋은 오피스로 간다" 했다. 그때 다들 좋아했다. 1년도 안 돼서 "다시 작은 데로 간다" 하면... "회사 어려운가?" 생각한다. 팀원들 앞에선 절대 불안한 티 안 낸다. "우리 잘 되고 있어. 걱정 마." 매주 회의 때마다 한다. 근데 혼자 있을 때는 계산기 두드린다. 180만원 × 8개월 = 1,440만원. "이게 런웨이 거의 한 달이야." 투자자 미팅 때 보이는 것 VC들 여기로 미팅 오면 좋아한다. "오, 성수동이네요. 여기 좋죠." "사무실 분위기 괜찮은데요?" 그때는 뿌듯하다. "네, 팀 환경 신경 많이 쓰고 있어요." 자신 있게 말한다. 근데 집에 가면서 생각한다. "투자 안 받으면 이것도 못 지킨다." IR 덱에는 오피스 사진 안 넣는다. 재무제표에도 '임차료' 항목 작게 쓴다. "고정비 관리 잘하고 있습니다" 강조한다. 실제로는 매달 25일마다 한숨 쉰다. 성수동이라는 상징 성수동 오피스는 우리한테 상징이다. "제대로 된 스타트업" 같은 느낌. 이 동네 카페 가면 다들 노트북 펴놓고 있다. "저 사람도 창업했나?" 생각한다. 우리도 그 중 하나다. 근데 가끔 생각한다. "다들 비슷하게 버티고 있는 거 아닐까?" 월세 내면서, 런웨이 계산하면서. 겉으로는 잘 되는 것처럼. 창업 동기 모임에서 한 형이 그랬다. "우리 강남으로 옮겼어. 월세 250만원." 부러웠다. 투자 더 받았나보다. 한 달 후에 다시 만났더니. "야, 월세 너무 부담돼. 실수했나봐." 웃으면서 했는데 눈은 안 웃었다. 결국 다 비슷하다. 어디든 월세는 무겁다. 8개월 후를 생각하면 프리A 준비 중이다. 목표는 15억. 받으면 이 고민 사라진다. "그때는 더 큰 오피스로 옮기자." "회의실 2개 있는 데로." 팀원들한테 약속했다. 근데 투자 받을 확률은 모른다. 지금까지 VC 20곳 만났다. 진행 중인 곳 5곳. 확정은 없다. 매일 밤 시나리오 3개 계산한다. 낙관: 15억 투자 받는다. → 큰 오피스 이사, 팀원 5명 더 뽑기. 중립: 5억 투자 받는다. → 현재 오피스 유지, 팀원 2명 추가. 보수: 투자 못 받는다. → 계약 끝나면 작은 곳으로, 팀 구조조정. 보수 시나리오 생각하면 잠이 안 온다. 180만원의 진짜 무게 매달 25일. 오피스 월세 180만원 자동이체. 숫자로 보면 고정비의 6%. 심리적으론 매일 짓누르는 무게. "팀원들한테 더 좋은 환경 못 만들어줘서 미안하다." "투자 못 받으면 이것도 못 지킨다." "그래도 지금은 버텨야 한다." 이 세 가지가 머릿속에서 돈다. 큰 오피스로 옮기고 싶다. 팀원들 좀 더 편하게 해주고 싶다. 근데 지금은 못 한다. 작은 오피스로 옮기고 싶다. 런웨이 조금이라도 늘리고 싶다. 근데 이것도 못 한다. 그래서 매달 180만원을 낸다. 자동이체지만 매번 확인한다. 그게 내 방식이다. 내일도 출근한다 새벽 3시. 현금흐름표 보다가 노트북 닫는다. 내일 아침 7시에 출근한다. 팀원들 오면 웃으면서 "좋은 아침" 한다. "오늘 할 일 체크하자" 한다. 180만원 고민은 혼자 한다. 팀원들은 몰라도 된다. 그게 대표 역할이다. 8개월 남았다. 그 안에 뭔가 터뜨려야 한다. 투자든, 매출이든, 뭔가. 지금은 버틴다. 매달 180만원 내면서. 그게 지금 할 수 있는 거다.오늘도 통장 확인했다. 180만원 빠져나갔다. 내일도 출근한다.

부모님은 '다시 취직해라' 하신다

부모님은 '다시 취직해라' 하신다

명절이 무섭다 명절 전날 밤이다. 짐 싸면서 한숨 나온다. 부모님 뵈러 가는데 무겁다. 선물 챙기고, 마음은 안 챙겨진다. 전화 왔다. 어머니다. "창업아, 내일 몇 시에 와?" "11시쯤요." "그래, 조심히 와. 근데... 아버지가 할 말씀 있으신대." 끊었다. 뭔지 안다. 또 그 얘기다. 지난 추석 때도 그랬다. 설날에도 그랬다. 이번에도 피할 수 없다. '사업 접고 다시 취직해라.'네이버를 왜 나왔냐고 5년 다녔다. 네이버 PM. 연봉 8천만원. 스톡옵션 있었다. 복지 좋았다. 부모님 자랑이었다. 그만뒀다. 3년 전이다. 부모님은 이해 못 하신다. 지금도. "네이버면 평생 다녀도 되는 곳인데." "그걸 왜 차버려?" "지금 뭐 하는 건데, 그게 네이버보다 나아?" 대답 못 한다. 현재 월급? 0원이다. 투자금으로 버틴다. 통장 잔고? 개인 돈 2300만원 남았다. 숫자로 보면 부모님 말씀이 맞다. 아버지는 평생 공무원이셨다. 안정이 최고였다. 어머니는 은행원이셨다. 정년까지 다녔다. 그분들 눈에 내 선택은 미친 짓이다. "요즘 경기가 어떤데 창업을 해." "망하면 어쩌려고." "애는 벌써 셋째인데." 틀린 말씀 아니다. 전부 맞다. 그래서 더 답답하다.투자금은 남의 돈이라고 추석날이다. 친척들 모였다. "창업이 잘 돼?" "요즘 벌이는 어때?" "투자는 많이 받았어?" 시드 3억 받았다고 했다. 다들 놀란다. "와, 3억!" "돈 많이 벌겠네!" 아니다. 착각이다. 집에 돌아온 후, 아버지가 말씀하셨다. "그 돈 네 돈 아니잖아." "남의 돈으로 사업하는 건데." "못 갚으면 어쩔 거야." 맞다. 투자금은 빚이다. 갚아야 한다. 수익으로. 현재 월매출 1200만원이다. 8개월 전 500만원이었다. 성장한다. 근데 느리다. 런웨이 8개월 남았다. 프리A 못 받으면? 끝이다. 직원 8명 월급, 사무실 임대료, 서버비, 마케팅비. 한 달에 4000만원 나간다. 이 숫자들 부모님께 말씀드리면? "그만둬, 당장." 확실하다.실패 사례를 보내주신다 카톡이 온다. 어머니다. 기사 링크다. "스타트업 폐업률 90%... 창업 5년 내 대부분 문 닫아" 또 온다. "청년 창업 실패자 5년간 3배 증가" 또 온다. "빚더미 앉은 전 창업자의 고백" 받을 때마다 가슴이 먹먹하다. 어머니는 걱정하신다. 진심으로. 아들이 실패할까봐. 빚더미에 앉을까봐. 가족이 힘들어질까봐. 사랑이다. 안다. 근데 무겁다. 전화 온다. "창업아, 기사 봤어?" "네." "이런 거 보면 엄마는 무섭더라." "괜찮아요." "괜찮긴 뭐가 괜찮아. 너도 저렇게 될 수 있잖아." 대답 못 했다. 사실 나도 무섭다. 밤마다 검색한다. '스타트업 실패 사례', 'B2B SaaS 망한 이유', '시드 투자 후 폐업'. 읽는다. 전부. 새벽 2시까지. 우리랑 비슷한 케이스 많다. 다 망했다. 나도 저렇게 될까? 모른다. "취직하면 바로 팀장이잖아" 아버지 친구분이 인사팀장이시다. 큰 기업이다. "경력 5년이면 바로 팀장으로 들어올 수 있어." "연봉도 창업 때보다 안정적이고." "한번 생각해봐." 제안 받았다. 3개월 전이다. 아버지가 연락처 주셨다. "한번 만나보기만 해라." 안 만났다. "왜 안 만나봐?"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 "사업 접고 다시 가면 돼." 피봇이 아니라 포기하라는 말씀이다. 이해한다. 아버지 입장에서는 당연하다. 36살이다. 아직 늦지 않았다. 이력서 내면 연락 온다. PM 경력 있다. 레퍼런스 괜찮다. 월급 700만원, 스톡옵션, 4대보험, 퇴직금. 안정이다. 근데 못 한다. 왜? 모르겠다. 그냥 못 한다. 이미 시작했다. 직원 8명이 나를 믿는다. 투자자가 기대한다. 고객사 12곳이 우리 솔루션 쓴다. 여기서 그만두면? 전부 버리는 거다. 그럴 수 없다. 아내가 버티는 이유 아내는 아직 다닌다. 대기업 마케터다. 연봉 6500만원이다. 우리 집은 아내 월급으로 산다. 대출 이자, 생활비, 딸 어린이집비. 미안하다. 매일. "미안해." "뭐가?" "내가 벌어와야 하는데." "괜찮아. 나 아직 다니잖아." 아내는 불평 안 한다. 신기하다. 시댁에서는 압박한다. "사위가 언제까지 그럴 거야?" "애도 있는데 좀 안정적으로 살아야지." 아내가 막는다. 매번. "조금만 더 기다려주세요." "잘 될 거예요." 고맙다. 진짜. 근데 불안하다. 아내가 언제까지 버틸까? 지치면 어떡하지? 나 때문에 힘들어하면? 새벽에 이런 생각 한다. '차라리 취직할까?' 아침이 오면 지운다. 출근한다. 일한다. 반복이다. 성공하면 이해하실까 가끔 상상한다. 프리A 받았다. 10억이다. 밸류 50억 찍었다. 언론에 났다. "주목받는 B2B SaaS 스타트업" 부모님께 기사 보여드린다. "아빠, 봤어요?" "그래... 잘됐구나." 인정받는다. 처음으로. "네이버 그만둔 거 잘했네." "네 선택이 맞았어." 상상이다. 아직. 현실은 다르다. 런웨이 8개월이다. VC 미팅 5개 남았다. 다 거절당하면? 끝이다. 투자 못 받으면 정리한다. 직원들 보내고, 사무실 빼고, 부모님께 말씀드린다. "아빠 말이 맞았어요. 다시 취직할게요." 이 시나리오가 현실이 될 확률? 40%쯤 된다. 무겁다. 명절 다음날 월요일 출근했다. 성수동 사무실이다. 팀원들이 묻는다. "대표님, 연휴 잘 보내셨어요?" "응, 잘 쉬었어." 거짓말이다. 하나도 안 쉬었다. 부모님이랑 대화하고, 친척들 질문 받고, 아내 눈치 보고, 새벽에 현금흐름표 봤다. 근데 팀원들 앞에서는 밝게 웃는다. "오늘 회의 2시지? 준비됐어?" "네!" 회의 시작한다. 이번 주 스프린트 계획이다. 기능 하나 더 붙인다. 고객사 요청이다. 개발 일정 2주 걸린다. "할 수 있어?" "해보겠습니다." 팀원들은 모른다. 내 통장에 2300만원밖에 안 남았다는 거. 부모님이 '그만둬라' 하신다는 거. 알려줄 수 없다. 대표니까. 회의 끝났다. 혼자 남았다. 핸드폰 본다. 어머니한테 문자 왔다. "창업아, 건강 챙겨. 너무 무리하지 말고." 눈물 날 뻔했다.부모님은 틀리지 않으셨다. 나도 확신 없다. 그냥 하는 거다. 끝까지.

시드 투자 받고 1년 반, 여전히 돈 얘기다

시드 투자 받고 1년 반, 여전히 돈 얘기다

시드 투자 받고 1년 반, 여전히 돈 얘기다 새벽 3시, 엑셀을 켠다 또 깼다. 새벽 3시 12분. 슬랙 확인하고, 이메일 확인하고, 결국 노트북을 켠다. 오늘도 그 파일을 열었다. "캐시플로우_최종_진짜최종_v23.xlsx" 런웨이 8개월. 정확히는 247일. 직원 8명 월급 3,200만원. 사무실 월세 180만원. 서버비 120만원. 잡비 포함하면 월 소진 4,500만원. 현재 잔고 3억 6천. 계산기 두드린다. 8개월 맞다. MRR은 1,200만원. 지난달보다 80만원 올랐다. 좋은 건가? 모르겠다. 투자자들은 "트랙션이 약하다"고 한다.커피를 끓인다. 오늘 첫 잔. 아직 아침도 아닌데. 1년 반 전, 그날 시드 투자 받던 날 기억난다. 2023년 2월 14일. 밸런타인데이에 3억 입금됐다. 아내한테 꽃 사줬다. 딸 장난감도 샀다. 팀원들이랑 고깃집 갔다. "대표님, 이제 좀 숨통 트이겠네요!" 개발팀 막내 준석이가 웃으며 말했다. 나도 웃었다. "그러게. 이제 제품 개발만 집중하면 돼." 거짓말이었다. 투자 받는 순간부터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 3억은 많은 돈이 아니었다. 시간을 산 거다. 18개월. 처음 3개월은 괜찮았다. 개발에 집중했다. 베타 버전 나왔다. 초기 고객 5곳 확보했다. 6개월 차, 잔고 확인했다. 2억 남았다. 1억이 증발했다. 빨랐다. 9개월 차, 첫 번째 프리A 미팅 시작했다. VC 파트너가 물었다. "MRR이 800만원이면, 성장률이..." 말을 흐렸다. 계산기 두드리는 소리만 들렸다. "일단 트랙션 더 보고 연락드릴게요." 그날 밤, 아내가 물었다. "투자 잘됐어?" "응, 검토 중이래." 또 거짓말이었다.지금, 프리A 레이스 현재 진행 중인 VC 미팅. 5곳.A 펀드: 2차 미팅 대기 (3주째) B 캐피탈: "시장 검증 더 필요" (사실상 거절) C 벤처스: IR 자료 재요청 (7번째 수정) D 인베스트먼트: 실사 진행 중 (희망 50%) E 파트너스: 다음주 첫 미팅목표 금액 10억. 최소 7억은 받아야 한다. 7억 받으면 런웨이 18개월 추가. 그때까지 PMF 찾아야 한다. 안 그러면 끝이다. 투자 IR 덱 열어본다. 53페이지. 지난주에 49페이지였다. 자꾸 늘어난다.문제 정의 솔루션 시장 규모 비즈니스 모델 트랙션 팀 소개 재무 계획 투자 제안다 외운다. 발표는 15분인데 준비는 100시간 했다. 어제 D 인베스트먼트 실사팀이 물었다. "고객사 이탈률이 20%인데, 원인이 뭔가요?" 준비한 답변 나왔다. "초기 고객사는 피봇 과정에서 이탈했습니다. 최근 3개월 신규 고객 이탈률은 5%입니다." 숫자는 정확했다. 하지만 떨렸다.집에 와서 아내가 물었다. "실사 어땠어?" "괜찮았어. 다음주에 또 보기로 했어." "그럼 잘된 거네?" "...응." 딸이 안겼다. "아빠! 같이 놀자!" "미안, 아빠 일 좀 해야 해." 딸 표정 봤다. 실망했다. 방에 들어와서 노트북 켰다. 캐시플로우 파일 다시 열었다. 시나리오 A (낙관): 다음달 투자 유치 성공, 7억 확보 시나리오 B (중립): 3개월 내 투자 유치, 5억 확보시나리오 C (보수): 6개월 지연, 브릿지 론 필요 시나리오 D는 안 만들었다. 만들기 싫었다. 돈 얘기를 하는 이유 창업 전에는 몰랐다. 스타트업이 이렇게 돈 얘기만 하는 줄. 제품 만들고, 고객 만나고, 문제 해결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맞다. 그것도 한다. 하지만 하루의 30%는 돈 얘기다. 월요일 오전, CFO 미팅. "이번 달 번률 82%입니다." 화요일 오후, 투자자 콜. "다음 마일스톤은 언제쯤?" 수요일 저녁, 영업팀장. "이 고객사 계약하려면 2개월 무료 써보게 해야 해요." 목요일 새벽, 혼자. 엑셀 파일. 런웨이 계산. 금요일 밤, 또 혼자. 이번엔 밸류에이션 고민. 시드 라운드 밸류에이션 30억이었다. 프리A는 80억 제시하려고 한다. VC가 물을 거다. "근거가 뭔가요?" 준비한 답변 있다. "ARR 성장률, CAC 대비 LTV, 시장 점유율..." 하지만 진짜 이유는 다르다. '그 정도는 받아야 우리가 산다.' 어젯밤 대학 동기 단톡방에 메시지 왔다. "창업 형님들~ 요즘 잘되시죠? ㅋㅋ" 대기업 다니는 친구였다. 악의는 없었다. 그냥 궁금한 거였다. 답장 안 했다. 뭐라고 해야 할지 몰랐다. '잘돼!' - 거짓말 '힘들어' - 오해 받음 '보통?' - 애매함 그냥 읽씹했다. 8개월, 충분한가 매일 계산한다. 8개월이면 뭘 할 수 있나.신규 고객 20곳 확보 (현실적?) MRR 3,000만원 달성 (가능한가?) 프로덕트 2.0 출시 (개발 일정 빠듯함) 팀 확장 (돈 있어야 뽑음)모순이다. 성장하려면 사람 뽑아야 하는데, 사람 뽑으면 런웨이 줄어든다. 영업팀장 민수가 지난주에 말했다. "대표님, 영업 한 명만 더 뽑아주시면 매출 2배 만들 수 있어요." 맞는 말이다. 하지만 못 뽑는다. 영업사원 1명 인건비 월 400만원. 연 4,800만원. 지금 뽑으면 런웨이 7개월로 줄어든다. 안 뽑으면 성장 더디다. 투자 더 어렵다. 이러나 저러나다. 밤에 민수한테 답장 보냈다. "일단 우리가 더 뛰어보자. 조금만 기다려줘." 미안했다. 민수도 알 거다. 돈 없다는 거. 개발팀은 또 다르다. CTO 재훈이가 2주 전에 물었다. "클라우드 인프라 업그레이드 해야 하는데, 예산 나올까요?" 견적 봤다. 월 200만원 추가. "다음 분기에 검토하자." 재훈이 표정 봤다. 실망했다. 그날 밤 재훈이한테 따로 연락했다. "미안하다. 투자 받으면 바로 할게." "아니에요, 대표님. 이해해요." 이해한다고 했지만, 목소리는 지쳐 있었다. 팀원들 다 안다. 돈 없다는 거. 버티고 있다는 거. 그래서 더 미안하다. 숫자 뒤의 사람들 투자 유치가 안되면 어떻게 되나. 시나리오 C 실행한다. 1단계: 불필요한 지출 제거 (사무실 다운사이징, 복지 축소) 2단계: 팀 구조조정 (8명 → 5명) 3단계: 브릿지 론 (빚내서 버티기) 4단계: ... 4단계는 생각 안 한다. 2단계에서 3명을 내보내야 한다. 누구를? 어떻게? 준석이? 입사 6개월. 젊고 열정 있다. 하지만 주니어다. 민수? 영업 실적 좋다. 하지만 연봉이 제일 높다. 디자이너 수진? 혼자서 모든 디자인 한다. 빼면 안 된다. 생각만 해도 잠이 안 온다. 이게 맞나. 창업이 이런 건가. 네이버 PM 할 때는 몰랐다. 팀원 구조조정 하는 게 이렇게 무거운 줄. 숫자 뒤에 사람이 있다. 준석이는 이번에 전세 계약한다고 했다. 민수는 다음달에 결혼한다. 수진이는 대출 갚고 있다. 다 안다. 내가 책임져야 한다. 그래서 더 투자 받아야 한다. 어제 아내가 물었다. "당신, 요즘 너무 힘들어 보여. 괜찮아?" "응, 괜찮아." "거짓말. 얼굴에 다 써있어." 말 없이 안겼다. "투자 안 되면 어떡해?" "...다시 취업하면 되지." "진심이야?" 대답 못 했다. 진심인지 모르겠다. 포기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팀원들을... 내일도 VC 미팅이다 일정 확인한다. 내일 오후 3시, E 파트너스 첫 미팅. IR 덱 다시 열어본다. 54페이지가 됐다. 어제 경쟁사 분석 슬라이드 추가했다. 발표 연습한다. 혼자 회의실에서. "안녕하세요, 박창업입니다. 저희는 B2B SaaS..." 목소리 떨린다. 연습인데도. 다시. "안녕하세요, 박창업입니다." 좀 낫다. 핸드폰 꺼내서 녹음한다. 15분 발표 리허설. 들어본다. 어색하다. 7번 '음...' 했다. 다시 연습한다. 밤 11시 넘었다. 사무실 비었다. 나만 남았다. 창밖 본다. 성수동 불빛 반짝인다. 다른 스타트업들도 저렇게 버티겠지. 누구는 성공했고, 누구는 망했고, 누구는 나처럼 버티고 있을 거다. 노트북 닫는다. 내일 VC 미팅. 또 '검토해보겠습니다' 들을까. 아니면 이번엔 다를까. 모르겠다. 그냥 최선을 다할 뿐이다. 런웨이 8개월. 아직 시간 있다. 퇴근한다. 아내랑 딸 자고 있을 거다. 조용히 들어가야지.내일도 돈 얘기를 할 거다. 그게 내 일이니까.

대학 동기 만남에서 '대표님~' 할 때

대학 동기 만남에서 '대표님~' 할 때

토요일 저녁 6시 동기 모임 단톡에 메시지가 왔다. "창업아 오늘 7시 강남 어때?" 3개월 만이다. 가야 한다. 안 가면 또 '바쁘시죠 대표님~' 소리 들을 거다.샤워하고 옷 입었다. 청바지에 후드티. 예전처럼. 근데 뭔가 맞지 않는다. 거울 속 나는 그냥 피곤해 보인다. 7시 10분 도착. 이미 5명이 와 있다. "어! 대표님 오셨네!" 시작됐다. 대표님 호칭의 무게 현우가 제일 먼저 반겼다. 대기업 과장 5년차. "대표님 요즘 어때요? 사업 잘되죠?" 대표님. 창업하기 전엔 그냥 '창업아'였다. "그냥 그래. 너는?" "저야 뭐... 회사 다니죠. 대표님처럼 멋진 일 못 하잖아요." 멋진 일. 웃긴다. 어제 새벽 3시에 현금흐름표 보면서 식은땀 흘린 건 멋진가.민수가 소주잔을 들었다. "창업이 형 대표 된 거 축하한다고! 늦었지만." 2년 반 전 일인데. 다들 잔을 들었다. 건배. 마셨다. "근데 직원 몇 명이에요 지금?" "8명." "우와... 8명 먹여 살리는 거네. 대단하다 진짜." 먹여 살린다. 그 표현이 칼처럼 박힌다. 이번 달 월급날이 5일 남았다. 통장 잔고는 6800만원. 월급이랑 4대보험, 사무실 월세, 서버비 나가면 2200만원 남는다. 다음 달 런웨이. 또 그다음 달. 성공했다는 착각 성민이가 물었다. "투자 많이 받았다며? 몇억?" "시드로 3억." "대박... 우리 연봉보다 많네." 웃음이 터졌다. 다들 부러워한다. 3억. 1년 반 전 일이다. 지금은 8개월 치 런웨이만 남았다. 프리A 투자 안 받으면 끝이다. 근데 그 얘긴 안 했다. 할 수가 없다. "요즘 매출은 어때요?" "월 천이백." "와... 월 천이백. 부럽다." MRR 1200만원. 들리는 것보단 별로다. 서버비, 마케팅비, 월세 빼면 마이너스다. 적자 운영이다. 계속 투자금 까먹는 중이다. 근데 이것도 말 안 했다.준호가 말했다. "나도 창업 할까 봐. 요즘 회사 너무 재미없어." "하지 마." 진심으로 말했다. "왜요? 대표님은 잘하시잖아요." 잘한다. 그게 뭔지 모르겠다. 매일 불안하다. 투자자 미팅 때마다 떨린다. 직원들 월급날 되면 잠 못 잔다. 이게 잘하는 건가. 거리감의 정체 고기를 구웠다. 먹었다. 소주를 마셨다. 다들 자기 얘기를 했다. 회사 얘기, 승진 얘기, 연봉 얘기. 나도 웃으면서 들었다. 근데 뭔가 다르다. 예전엔 같이 욕했다. "과장 개새끼", "야근 또 시키네", "이직 할까?" 지금은 그런 얘기 안 한다. 내 앞에서. "대표님은 그런 거 없으시죠?" "야근이요? 매일 하는데." "아 그건 본인 회사니까 다르죠. 우린 남의 회사잖아요." 다르다. 맞다. 근데 왜 이렇게 외로운가. 현우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힘든 거 없어요? 솔직히." 있다. 너무 많다. 어제 VC 미팅에서 또 거절당했다. "트랙션 더 보고 연락드릴게요." 지난주에 개발자 한 명이 퇴사 의사 밝혔다. 카카오에서 스카웃 왔다고. 이번 주에 경쟁사가 시리즈A 100억 받았다는 뉴스 봤다. 런웨이는 8개월밖에 안 남았다. 밤마다 '피봇해야 하나' 고민한다. 아내한테도 제대로 못 말한다. 딸이랑 놀아줄 시간도 없다. 근데 이 얘기를 어떻게 하나. "아니, 괜찮아. 재밌게 하고 있어." 웃으면서 말했다. 존경과 격리 2차는 안 갔다. "먼저 갈게. 내일 미팅 있어서." "역시 대표님은 바쁘시네요." "수고하세요!" "다음에 또 봐요!" 택시 탔다. 창밖을 봤다. 강남 거리는 밝다. 사람들이 많다. 다들 즐거워 보인다. 카톡이 왔다. 동기 단톡. "오늘 창업이 형 만나니까 좋았다" "역시 대표님 포스 대단함 ㅋㅋ" "우리도 열심히 살아야지" 좋아요 5개. 포스. 웃긴다. 집에 도착했다. 11시. 아내랑 딸은 자고 있다. 노트북 켰다. 슬랙 확인했다. CTO가 메시지 남겼다. "내일 오전에 배포 이슈 논의 가능하신가요?" "가능. 9시 회의실." 답장 보냈다. IR 덱 파일을 열었다. 50번째 수정이다. 슬라이드 3번. "Our Traction." MRR 그래프가 올라간다. 느리지만. 이걸로 투자 받을 수 있을까. 모르겠다. 커피 내렸다. 여섯 번째다. 오늘. 대표님이라는 이름 대표님. 동기들은 존경한다고 말한다. 부럽다고 말한다. 용기 있다고 말한다. 근데 나는 그냥 매일 불안하다. 이게 성공인지 실패인지도 모르겠다. 투자 받았으니까 성공? 아니다. 직원 8명 있으니까 성공? 그것도 아니다. 매출 나오니까 성공? 적자인데. 대표라는 직함이 나를 그들과 격리시킨다. 같이 술 마시지만 같은 얘기는 못 한다. 같이 웃지만 같은 걱정은 나누지 못한다. "대표님"이라는 호칭이 벽이 된다. 예전엔 같이 야근하면서 라면 끓여 먹고 욕하던 친구들. 지금은 조심스럽게 존댓말한다. "힘내세요 대표님." 고맙다. 근데 외롭다. 새벽 1시. 스프레드시트를 본다. 보수 시나리오: 5개월 후 자금 고갈. 중립 시나리오: 3개월 내 브릿지 투자 필요. 낙관 시나리오: 2개월 내 프리A 클로징. 어느 게 현실이 될까. 모른다. 일단 내일 CTO랑 배포 이슈 논의한다. 다음 주 VC 미팅 준비한다. 그다음 주 직원들 월급 입금한다. 계속 간다. "대표님"이라고 불러도 된다. 멀게 느껴져도 된다. 나도 잘 모르겠으니까.대표는 외롭다. 친구들 앞에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