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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가
- 03 Dec, 2025
투자자가 '검토해보겠습니다'라고 했을 때
투자자가 '검토해보겠습니다'라고 했을 때 오늘도 '검토' 하나 추가 오전 10시. 강남역 근처 카페. 투자자 앞에서 45분 발표했다. 준비는 3주 했다. "좋네요. 팀 구성도 괜찮고. 일단 검토해보고 연락드릴게요." 웃으면서 악수했다. "감사합니다, 좋은 말씀 기다리겠습니다." 카페 나와서 스프레드시트 열었다. 'VC 미팅 현황' 시트. F열. '진행 상태'. "검토 중"이라고 입력했다. 10번째다.점심은 굶었다. 입맛이 없다. 사무실 돌아와서 CTO한테 물었다. "미팅 어땠어요?" "괜찮았어. 긍정적이었어." 거짓말이다. 긍정적이면 바로 다음 미팅 잡는다. 2주 후, 1달 후 이런 소리 안 한다. "검토해보겠습니다"는 70% 확률로 거절이다. 경험상. 나머지 30%는 진짜 검토 중이거나, 아니면 더 긴 거절이다. 5개 거절의 패턴 지난 2달. 거절 5개 받았다. 패턴이 있다. 1번 거절: "아직 이르다" 시드 투자자였다. 2억 제안했다. "좋은데, 트랙션이 조금 더 필요해요. 6개월 후 다시 봐요." 6개월이면 런웨이 끝난다. 그 얘긴 안 했다. 2번 거절: "우리 포트폴리오랑 안 맞다" 이건 솔직한 거절이다. 고맙다. 시간 낭비 안 하게 해줬다. 3번 거절: "내부 검토 결과..." 이메일로 왔다. 3주 걸렸다. "아쉽게도 이번에는..." 나머지는 안 읽었다. 4번 거절: 연락 두절 제일 최악이다. 문자 3번, 이메일 2번. 답 없다. 카톡 읽씹. 그냥 거절이라고 해주면 되는데. 5번 거절: "다음 라운드에서" "지금은 어렵고요, 프리A 할 때 다시 연락주세요." 프리A 하려고 지금 투자 받으려는 건데.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거절은 그래도 낫다. 끝이니까. 다음으로 넘어갈 수 있으니까. '검토 중'은 지옥이다. 끝도 아니고 시작도 아니다. 매일 기다린다. 카톡 알림 올 때마다 확인한다. 아니다. 광고 문자다. 10개 보류의 무게 현재 '검토 중' 10개. 스프레드시트에 정리돼 있다. A사: 1차 미팅 후 3주째. 답 없음. B사: "2주 후 파트너 미팅 잡자" - 3주 지남. C사: "실사 들어가겠다" - 자료 보낸 지 2주. D사: "다음 주 전화" - 전화 안 옴. E사: "긍정적으로 검토" - 4주 지남. F사: 오늘 추가. 방금. G사: "투자위원회 상정" - 한 달째. H사: "관심 있다" - 구체적 얘기 없음. I사: "조건 맞으면..." - 조건 얘기 안 나옴. J사: "파운더 일정 보고" - 2주째 일정 안 나옴. 10개. 확률 계산해봤다. 30% 가정하면 3개. 3개 중 1개라도 성사되면 된다. 아니다. 2개는 돼야 한다. 목표 금액 5억이니까. 매일 확률 계산한다. 의미 없는 짓이다.목요일 밤. 아내가 물었다. "투자 어떻게 돼가?" "진행 중이야. 잘 될 것 같아." "진짜?" "응. 여러 군데 긍정적이야." 또 거짓말했다. '긍정적'과 '검토 중'은 다른 말이다. 나는 안다. 아내는 믿고 싶어 한다. 나도 믿고 싶다. 버티는 법 1: 숫자 보기 패닉 올 때. 스프레드시트 연다. '재무 현황' 시트. 현금: 6800만원. 월 소진: 850만원. (인건비 650 + 사무실 180 + 기타 20) 런웨이: 8개월. 8개월. 투자 못 받으면 어떻게 되나. 시나리오 짰다. 3개. 최악 시나리오:5개월 후 투자 불발 급여 50% 삭감 3개월 더 버팀 결국 정리중립 시나리오:3개월 내 브릿지 투자 1억 6개월 연장 프리A 준비낙관 시나리오:2개월 내 5억 투자 유치 팀 2명 충원 매출 집중확률은? 최악 40%, 중립 30%, 낙관 30%. 숫자 보면 정신 차린다. 감정 빠지면 끝이다. 숫자만 보면 된다. 버티는 법 2: 병렬 처리 10개 검토 중이면? 10개 더 미팅 잡는다. 목표는 항상 파이프라인 20개. 상단 10개 (진행 중), 하단 10개 (신규 컨택). 하나 떨어지면 하나 채운다. VC 리스트 100개 만들었다. A급 (원하는 곳): 15개 - 10개 미팅 완료, 5개 대기. B급 (괜찮은 곳): 30개 - 컨택 중. C급 (일단 만나는 곳): 55개 - 명단 정리. 매일 아침. 이메일 3개 보낸다. "안녕하세요, 저희 솔루션 소개드리고 싶습니다..." 답장률 20%. 100개 보내면 20개 답장. 10개 미팅. 3개 진행. 1개 성사. 깔때기다. Funnel. 위에서 계속 부어야 아래로 떨어진다. 멈추면 끝난다. 버티는 법 3: 루틴 유지 무너지면 안 된다. 아침 7시 출근. 변함없다. 팀원들 보면 웃는다. "오늘도 화이팅!" 점심 같이 먹는다. 투자 얘기 안 한다. "어제 고객사 미팅 어땠어?" "데모 반응 좋았어요." "좋네. 클로징까지 가보자." 밝게 말한다. 리더니까. 불안은 전염된다. 내가 흔들리면 팀이 흔들린다. 혼자 있을 때만 한숨 쉰다. 밤 11시. 사무실 불 끈다. 집 가는 지하철. 스마트폰 본다. 새 메일 없다. 카톡 없다. 내일도 똑같을 거다. 그래도 된다. 루틴만 지키면 된다. 버티는 법 4: 작은 승리 챙기기 투자 성사는 Big Win이다. 근데 당장은 안 온다. 그럼 Small Win 챙긴다. 이번 주 Small Wins:신규 고객사 계약 1건 (월 50만원) MAU 8% 증가 개발 일정 안 밀림 VC 2곳 신규 미팅 확정작다. 근데 이게 쌓인다. 매주 금요일. 노션에 기록한다. '이번 주 잘한 것' 리스트. 안 보면 다 까먹는다. 보면 '아, 그래도 뭔가 하고 있네' 싶다. 투자 못 받아도. 회사는 돌아간다. 매출은 오른다. 느려도. 이게 트랙션이다. 오늘 밤도 밤 12시. 아직 사무실이다. IR 덱 또 수정한다. 51번째 버전. 슬라이드 8번. '트랙션'. 그래프 조금 올랐다. 각도 2도. 의미 있나? 모르겠다. 투자자들은 '하키스틱 그로스' 원한다. 우린 '완만한 우상향'이다. 그래도 상승은 상승이다. 내일 또 미팅이다. K사. "검토해보겠습니다" 들을 확률 70%. 그래도 간다. 20% 확률에 거는 거다. 창업이 원래 그렇다.검토는 끝이 아니다. 다음 미팅까지 버티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