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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인 5잔, 위장 2개. 창업의 대가

카페인 5잔, 위장 2개. 창업의 대가

카페인 5잔, 위장 2개. 창업의 대가 첫 잔: 새벽 3시 눈을 뜬다. 새벽 3시 12분. 알람도 안 울렸는데 눈이 떠진다. 이게 3개월째다. 옆에 아내는 자고 있다. 숨소리 고르다. 딸은 옆방에서 잘 거다. 슬랙을 확인한다. 개발팀 준호가 새벽 2시에 메시지를 남겼다. "배포 롤백했습니다. 내일 아침 브리핑 드리겠습니다." 가슴이 철렁한다. 거실로 나와서 커피를 내린다. 핸드드립. 조용히. 아무도 안 깨우게. 첫 잔을 마신다. 쓰다. 설탕 안 넣는다. 이제 단맛은 사치다. 노트북을 연다. 깃허브를 확인한다. 커밋 로그를 본다. 무슨 문제인지 대충 보인다. API 응답 시간이 터진 거다. "아, 씨..." 혼잣말이다. 작게. 아내 깨면 안 된다.둘째 잔: 출근길 7시 아내가 일어났다. 딸도 깼다. "오빠, 또 일찍 일어났어?" "응. 일 좀." 거짓말은 아니다. 사실이다. 근데 전부는 아니다. 잠이 안 온다는 말은 안 한다. 딸이 안긴다. "아빠!" 안아준다. 10초. 그게 내가 줄 수 있는 전부다. 지금은. "아빠 회사 가야 돼." "또?" 미안하다. 집을 나선다. 편의점에 들른다. 아메리카노 톨사이즈. 둘째 잔. 지하철에서 마신다. 뜨겁다. 데인다. 상관없다. 슬랙을 다시 본다. 준호가 30분 전에 또 메시지를 남겼다. "원인 파악했습니다. DB 쿼리 최적화 필요합니다. 오늘 오전 중 해결 가능합니다." 숨을 쉰다. 괜찮다. 될 거다. 항상 그랬다.셋째 잔: 오전 회의 10시 사무실에 왔다. 8시 15분이다. 팀원들은 9시 30분에 온다. 1시간 15분이 내 시간이다. 현금흐름표를 연다. 스프레드시트. 세 개 시트. 보수/중립/낙관. 보수 시나리오: 런웨이 6개월. 중립 시나리오: 런웨이 8개월. 낙관 시나리오: 런웨이 11개월. 숫자를 만진다. 변수를 조정한다. 인건비 10% 줄이면? 안 된다. 사무실 이전하면? 2개월 번다. 매출 20% 늘면? 3개월 번다. 결론: 프리A 투자 받아야 한다. 6개월 안에. 커피를 마신다. 셋째 잔. 자판기 커피. 500원. 맛없다. 마신다. 팀원들이 들어온다. 인사한다. 밝게. 항상 밝게. "오늘 회의, 30분만 하자. 집중해서." 준호가 보고한다. 문제 해결했다. 배포 다시 한다. 오후 2시. "고생했어. 새벽까지 고생 많았어." "괜찮습니다. 대표님도 새벽에 확인하셨잖아요." 티가 났나. 넷째 잔: 점심 후 2시 점심은 팀원들이랑 먹었다. 성수동 국밥집. 8000원. 대표가 샀다. 64,000원. 런웨이에서 64,000원 줄었다. 계산하지 말자. 이럴 때가 아니다. 팀 분위기가 중요하다. 사무실로 돌아왔다. 배포가 시작됐다. 모니터링한다. 준호랑 같이. 5분. 10분. 15분. "정상입니다." "좋아. 고객사들 확인해보자." 주요 고객사 3곳에 전화한다. 문제없다. 다행이다. 커피를 마신다. 넷째 잔. 또 자판기. 속이 쓰리다. 아까부터 쓰렸다. 참는다. 가방에 위장약이 있다. 먹는다. 물 없이. 씹어서. 쓰다.다섯째 잔: 저녁 8시 팀원들 퇴근했다. 6시 30분. "대표님은요?" "나 좀 있다 갈게. 먼저 가." 혼자 남았다. 조용하다. 좋다. IR 자료를 연다. 53차 수정본. 다음 주 화요일. VC 미팅. 이번이 진짜다. 느낌이 온다. 슬라이드를 본다. 트랙션 페이지. 그래프가 올라간다. 근데 완만하다. 가파르지 않다. "더 가파르게 보이게 할 수 없나..." 축을 조정한다. Y축 범위를 줄인다. 그래프가 가파라진다. 근데 속이는 거다. 되돌린다. 숫자는 거짓말하면 안 된다. 나한테도. 투자자한테도. 커피를 마신다. 다섯째 잔. 편의점에서 사온 것. 차갑다. 식었다. 속이 또 쓰리다. 위장약 또 먹는다. 핸드폰이 울린다. 아내다. "오빠, 언제 와?" "9시쯤?" "또 야근이야?" "미안." "딸이 아빠 보고 싶대." 칼이 꽂힌다. "...내일 일찍 들어갈게." "그래. 조심히 와." 끊는다. 미안하다. 진심이다. 근데 지금은 안 된다. 위장 2개 창업하기 전 건강검진 받았다. 위: 정상 간: 정상 신장: 정상 작년에 또 받았다. 위: 만성 위염 소견 간: 경미한 지방간 신장: 정상 올해는 안 받았다. 받기 싫다. 결과가 무섭다. 커피를 5잔 마신다. 하루에. 매일. 첫 잔: 새벽 3시, 불안을 삼킨다. 둘째 잔: 출근길 7시, 각성한다. 셋째 잔: 오전 10시, 집중한다. 넷째 잔: 점심 후 2시, 버틴다. 다섯째 잔: 저녁 8시, 끝까지 간다. 위장약도 5알 먹는다. 하루에. 매일. 아침 1알, 점심 1알, 저녁 1알, 밤 2알. 이게 창업의 대가다. 커피 5잔 = 위장약 5알 = 런웨이 8개월 계산이 맞다. 멈출 수 없다 커피를 줄여야 한다는 걸 안다. 의사가 말했다. 작년에. "스트레스 관리하시고, 카페인 줄이세요." 알고 있다. 근데 안 된다. 새벽 3시에 눈 뜨면 커피 마셔야 정신 차린다. 출근길에 안 마시면 회의 때 멍하다. 오전에 안 마시면 집중 안 된다. 오후에 안 마시면 졸린다. 저녁에 안 마시면 일 못 끝낸다. 그래서 마신다. 5잔. 매일. 위가 아프다. 속이 쓰리다. 알고 있다. 근데 멈추면 팀이 멈춘다. 회사가 멈춘다. 가족이 멈춘다. 나는 멈출 수 없다. 그래서 마신다. 계산 런웨이 8개월. 프리A 투자 받으면 18개월 더 간다. 18개월이면 PMF 찾을 수 있다. 아마도. PMF 찾으면 시리즈A 간다. 시리즈A 받으면 팀 키운다. 마케팅 한다. 성장한다. 성장하면 엑싯이든 IPO든 한다. 그때 되면 쉴 수 있다. 아마도. 커피 5잔 x 8개월 = 1,200잔. 위장약 5알 x 8개월 = 1,200알. 대가: 위장 하나. 괜찮다. 창업가는 위장 2개 있어야 한다. 하나는 커피 마시고, 하나는 스트레스 받는다. 나는 하나밖에 없다. 근데 2개 역할을 한다. 계산 맞다. 내일도 내일도 새벽 3시에 깰 거다. 첫 잔 마실 거다. 쓰다고 느낄 거다. 마실 거다. 출근할 거다. 둘째 잔 마실 거다. 회의할 거다. 셋째 잔 마실 거다. 배고플 거다. 넷째 잔 마실 거다. 야근할 거다. 다섯째 잔 마실 거다. 속 쓰릴 거다. 위장약 먹을 거다. 집 갈 거다. 아내한테 미안할 거다. 딸 얼굴 못 볼 거다. 자고 있을 거다. 침대에 누울 거다. 잠 못 잘 거다. 새벽 3시에 깰 거다. 반복이다. 이게 창업이다.커피 식었다. 다섯째 잔. 다 마신다. 쓰다. 괜찮다. 익숙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