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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as
- 10 Dec, 2025
B2B SaaS, 월 MRR 1200만원의 현실
B2B SaaS, 월 MRR 1200만원의 현실 오늘도 스프레드시트를 연다 새벽 3시 18분. 또 깼다. 슬랙 알림은 없다. 당연하다. 이 시간에 누가 일하나. 노트북을 열었다. 구글 시트. "2025 재무 전망 v47" 파일. 월 MRR 1200만원. 지난달보다 80만원 올랐다. 7.1% 성장. 계산기를 두드렸다.직원 8명 인건비: 월 4200만원 사무실 + 각종 운영비: 월 600만원 서버비, 마케팅: 월 500만원 합계: 월 5300만원적자 4100만원. 매달. 통장 잔고 3억 2000만원. 런웨이 7.8개월. "이 속도면..." 중얼거렸다. 아내가 옆에서 뒤척였다.성장하고 있다는 위안 아침 8시. 출근했다. "대표님 어제 신규 가입 2건 들어왔어요!" 개발팀 막내가 밝게 말했다. "좋네. 업종이 어디야?" "제조업이랑 물류 쪽이요." 고개를 끄덕였다. 속으로 계산했다. 평균 전환율 15%. 2건 중 0.3건이 유료 전환. 기대 MRR 증가분 12만원. '12만원...' 웃었다. 쓴웃음. "잘했어. 온보딩 제대로 해줘." 성장은 하고 있다. 숫자로 보면 분명하다. 작년 이맘때 MRR 200만원이었다. 1년 만에 6배. 연간 성장률 500%. 투자 보고서에 쓰면 멋있어 보이는 숫자다. 근데 절댓값이 문제다. 1200만원. 경쟁사 '워크플로우랩'은 월 MRR 3억이라던데. 뉴스에서 봤다. 시리즈A 100억 투자 유치. 우린 프리A도 못 받는데.투자자가 원하는 건 "트랙션은 좋은데요, 속도가..." 지난주 VC 미팅. 투자심사역이 말을 흐렸다. "조금 더 지켜보고 싶습니다." 알아듣는다. 거절이다. 정중한. "어느 정도 지표가 나와야 할까요?" 물어봤다. 구체적으로. "음, 최소 월 MRR 5000만원 정도는..." 5000만원. 지금의 4배. 지금 속도면 1년 반 걸린다. 런웨이는 8개월.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악수했다. 웃었다. 나왔다. 엘리베이터에서 한숨 쉬었다. 투자자들은 그래프의 기울기를 본다. 절댓값보다 속도. 가능성보다 확신. 월 1200만원은 애매하다. 죽지도 살지도 않는. PMF는 찾았다. 고객들은 좋아한다. 갱신율 92%. 근데 시장이 작다. B2B는 원래 느리다. '빠르게 성장하는 B2B SaaS' 모순 같은 말이다. 한국에선 특히.시나리오를 돌려본다 점심시간. 혼자 회의실. 노트북 켰다. 엑셀. "시나리오 분석 2025.xlsx" 세 가지 케이스. 보수:월 성장률 5% 유지 8개월 후 MRR 1780만원 런웨이 소진. 망함.중립:월 성장률 10% 달성 대형 고객 2개 유치 8개월 후 MRR 2600만원 브릿지 투자 1억 필요. 근데 받을 수 있나?낙관:월 성장률 20% 엔터프라이즈 고객 진입 6개월 후 MRR 3700만원 프리A 투자 유치 가능셀을 만지작거렸다. 숫자를 바꿔봤다. 성장률 15%로 조정. 2900만원. 20%로 올림. 3700만원. 25%로. 4200만원. "25%가 가능할까?" 혼잣말. 지난 3개월 평균이 7%다. 갑자기 3배 빠르게? 마케팅을 늘려도 한계가 있다. 예산도 없고. 영업 인력 늘릴까? 그럼 비용이 더 늘어난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한숨. 컵라면 먹었다. 매운 것. 입맛이 없는데 억지로. 팀원들은 모른다 오후 3시. 전체 회의. "지난주 성과 공유할게요." 영업팀이 발표했다. "데모 미팅 8건, 제안서 발송 5건, 계약 2건입니다!" 박수 쳤다. 나도 쳤다. "수고했어요. 이 속도 유지하면 다음 달 목표 달성 가능하겠네요." 밝게 말했다. 팀원들이 웃었다. 기운차 보였다. 회의 끝나고 자리로 돌아갔다. 개발팀 리드가 다가왔다. "대표님, 신규 기능 개발 우선순위 상의드리고 싶은데요." "응, 말해봐." "AI 기반 자동화 기능이요. 개발 기간 3개월 정도 예상되는데..." 고민했다. 3개월. 그때까지 우리가 있을까? "일단 MVP부터 만들어보자. 1개월 안에. 고객 반응 보고 결정." "넹!" 돌아가는 뒷모습 봤다. 저 친구는 모른다. 런웨이가 8개월인 걸. 월급이 늦어질 수도 있단 걸. 아는 건 나랑 CFO만. CFO라고 쓰고 경리 알바라고 읽지만. 팀원들한테는 말 안 한다. 말하면 불안해한다. 불안은 전염된다. 생산성이 떨어진다. '대표의 의무는 희망을 파는 거다.' 어디서 들었다. 창업가 강연에서. 맞는 말이다. 근데 힘들다. 나도 불안한데 밝은 척. 경쟁사 뉴스 밤 9시. 아직 회사. 네이버 뉴스 봤다. 습관적으로. "워크플로우랩, 시리즈B 200억 투자 유치" 제목 보자마자 심장이. 기사 열었다. "누적 투자액 350억... 월 MRR 5억 돌파... 엔터프라이즈 시장 공략..." 5억. 우리의 40배. 댓글 봤다. "부럽다" "역시 타이밍이 중요함" "1등만 살아남는 시장" 마지막 댓글. 뼈맞았다. B2B SaaS는 승자독식이다. 1등이 다 먹는다. 우린 몇 등일까? 경쟁사 리스트 머릿속에 그렸다.워크플로우랩: MRR 5억 오토메이트: MRR 2억 플로우허브: MRR 8000만원 우리: MRR 1200만원5위? 6위? "차별점이 뭐지?" 스스로에게 물었다. 우리 제품이 나쁘진 않다. 고객 만족도 높다. 근데 알려지지 않았다. 마케팅 예산이 없어서. 브랜드 파워가 없다. 레퍼런스가 약하다. 대기업 고객이 없다. 그래서 대기업이 안 온다. 순환논리. "먼저 성장했으면..." 후회해봤자 소용없다. 노트북 닫았다. 퇴근했다. 집에 가는 길 지하철. 11시 막차. 사람 없다. 앉았다. 핸드폰 열었다. 아내한테 카톡. "이제 출발. 30분 후 도착" "ㅇㅇ 조심히와" 짧다. 피곤한가보다. 당연하다. 매일 늦으니까. 창밖 봤다. 어둡다. '이 속도로 가면 정말 살아남을까?' 질문이 맴돈다. 매일. 월 MRR 1200만원. 성장하고 있다. 근데 느리다. 느린 게 죄다. 스타트업에선. 빠르게 망하거나 빠르게 성장하거나. 둘 중 하나. 느리게 성장? 그냥 천천히 죽는 거다. "속도를 내야 한다." 중얼거렸다. 옆에 아무도 없는데 말했다. 어떻게? 모르겠다. 솔직히. 마케팅 예산 늘릴까? 돈 없다. 영업 인력 늘릴까? 그럼 런웨이가 더 줄어든다. 제품 개선? 이미 하고 있다. 피봇? 지금 것도 제대로 못 키웠는데? '정답이 없다.' 스타트업은 원래 그런 거다. 정답 없는 문제. 그래도 풀어야 한다. 못 풀면 망한다. 핸드폰 꺼냈다. 메모장. "해야 할 것들"대형 고객 1개 무조건 따기 - MRR 300만원 이상 마케팅 효율 올리기 - CAC 30% 절감 목표 제품 개선 속도 2배로 - 개발 스프린트 2주→1주 브릿지 투자 옵션 알아보기 - 최소 5000만원적었다. 구체적으로. 근데 적어놓으면 뭐해. 실행이 문제지. "내일부터." 혼잣말. 매일 하는. 집 앞 현관문 열었다. 조용하다. 아내는 자고 있다. 딸도. 거실 불 켰다. 어두컴컴했던 집이 밝아졌다. 냉장고 열었다. 맥주 한 캔. 소파에 앉았다. 마셨다. 노트북 가방 봤다. 다시 열까? 스프레드시트 한 번 더 볼까? 시나리오 하나 더 돌려볼까? "...그만하자." 맥주 다 마셨다. 캔을 구겼다. 씻으러 갔다. 거울 봤다. 36살. 눈 밑에 다크서클. 머리숱 줄었다. 확실히. "버틸 수 있을까?" 거울 속 나한테 물었다. 대답 없다. 당연하다. 버텨야 한다. 선택지가 없다. 직원 8명 먹여살려야 한다. 투자금 3억 책임져야 한다. 가족 먹여살려야 한다. "버틴다고 되는 게 아니잖아." 또 혼잣말. 성장해야 한다. 빠르게. 근데 어떻게? 내일 생각하자. 오늘은 자자. 침대 누웠다. 아내 옆에. 눈 감았다. '월 MRR 1200만원. 다음 달은 1300만원 만들자.' 100만원. 8.3% 성장. 가능하다. 해야 한다. 잠들었다. 3시간 후 다시 깰 거다. 그래도 잤다.MRR 1200만원. 성장하는데 느리다. 내일도 싸운다. 숫자랑.